모두가 기도했다. 이제 골키퍼가 승리의 수호신이 되기를.
그리고 이운재가 스페인 네 번째 키커 호아킨의 오른발 슛을 기적처럼 막아냈다.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외쳤다. “결승까지 간다.”

운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승부차기지만 대한민국의 5-3 승리는
더 이상 행운이나 기적이 아니다.
보았느냐, 이탈리아. ‘무적 함대’ 스페인까지 한국에 무릎 꿇은 모습을.

2002 한ㆍ일 월드컵 축구대회는 ‘동방으로부터’라는
주제의 개막식으로 시작됐다. 그것은 예언이었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22일 ‘빛 고을’ 광주에서 세계를 밝히는 동방의 빛이 됐다.

‘아시아의 자랑(Pride of Asia)’ 한국은 마침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역사를 창조했다.
장하다, 태극 전사들. 그대들은 대한민국의 영웅이다, 동방의 빛이다.

8강전 상대 스페인은 우승 후보였다. 세계 랭킹 8위. 히딩크 감독과 한국 선수들은
포르투갈, 이탈리아와 맞서서 한 치도 물러섬이 없었던, 당찬 모습 그대로였다.
오히려 ‘폭주 기관차’를 맞은 스페인 선수들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체력이 바닥난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리듬을 탔다.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투혼도 잠들지 않았다.

붉은 색 안면 프로텍터(보호대)를 착용한 김태영은 죽어라 상대 공격수들을 물고 늘어졌고
김남일과 유상철도 벤치로 불려 들어갈 때까지 눈물겨운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이천수 황선홍을 교체 투입한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활발한 공격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고
연장 접전을 벌였지만 한 방이 아쉬웠다. 0-0. 하지만 승부차기가 오히려 승리의 감격을 증폭시켰다.
매 경기 극적인 승부를 일궈낸 한국은 또 하나의 드라마를 썼다.

한국은 ‘전차 군단’ 독일과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상암 월드컵 주경기장에서
결승 진출을 벼르게 됐다. 신바람이 절로 나는 민족의 대잔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말 꿈 같은 나날들이다. 가자! 이제는 결승전이 열리는 요코하마로.

- 일간 스포츠 발췌 -

"Pride of Asia" 한국-스페인전 화보 바로 보러 가기